오늘날 주권국가의 배타적 권리선언, 독점적인 권리행사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국경이라는 장벽에 묶여 있는 인류의 점취욕은 지금까지 인류문화를 전쟁의 역사로 귀결시켜 왔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존의 정치적·경제적·법률적·군사적 개념으로만 기능해 온 국경과 영토개념이 존속하는 한 인류에게 전쟁의 유혹과 위협은 결코 제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에 이르러 과학기술 정보통신의 발전과 세계의 행위 주체들의 복합 다중적 성격, 그리고 이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세계의 상호의존성과 단일시장으로의 귀속 현상은 인류의 일체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경개념의 희석 소멸과 함께 그 장벽에 갇혀 있던 영토개념의 변화와 퇴조, 그리고 범 문화우위 시대로 이행하는 현상은‘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한 인류평화의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여주는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란 그 자체의 속성이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일 수 없는 성격을 가지며, 그것이 인류 공동의 소유로 될 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 인류에게 기존의 국경개념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영토개념 즉 ‘문화영토’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문화란 결국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원리를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주의 문명이 세계의 주류를 형성하던 시대에 우리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바빴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들을 스스로 평가절하 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구인들이 각 방면에서 동양을 알고자 하고 동양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한류를 필두로 한 우리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의 문화영토가 더 넓은 세계로 확대될 수 있도록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